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도 2주일이 지났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만났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이하고 비현실적(surreal)인 일이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 회담의 결과를 둘러싸고는 정반대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이 회담은 역사적인 회담이라고 불리기에 족하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만났다는 사실 그 자체가 역사의 한순간이 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서는 아주 다양한 평가와 해석이 존재한다. 우선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거의 모두가 트럼프가 싱가포르에서 양보만 하고
국제정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쟁은 흔히 발생한다. 미국의 노만 카즌스 기자는 1950년대 ‘토요 리뷰(Saturday Review)’라는 유명한 기사에서 인간의 역사에는 약 1만4500회 정도의 전쟁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학술적 엄밀성으로 이 글을 비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정말로 수많은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전쟁에 관심이 없다. 우리나라는 어쩐 일인지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급 정치가들도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고 믿고 있다. 평화를
인간은 무기를 발명한 덕분에 자연을 지배하게 되었다. 맹수를 제압할 수도, 인간보다 훨씬 큰 동물을 잡아먹을 수도 있게 되었다. 인간은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문제는 인간들끼리의 지배종속 관계였다. 무기를 갖춘 인간들의 전쟁은 잔인의 극치를 넘게 되었다. 하루에도 몇만 명씩 죽일 수 있는 무기를 갖추게 된 인간들은 결국 지구를 다 깨버리고 인간의 문명과 역사마저 말살시킬 수 있는 핵무기까지 갖추게 되었다.키신저 박사는 핵무기를 발명한 후 절멸의 위협 아래 전전긍긍하는 인간의 모습을 신의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 신화에 비유했다. 신의
국가들은 혼자서 살지 않는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 국가가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다루는 부분이 그 나라의 외교 및 안보 정책이다. 외교·안보 이외에도 국가들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명예도 추구하고 경제적인 이익도 추구한다. 미국의 전설적인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 교수는 국가들이 대외적으로 추구하는 이익의 종류를 국가안보, 권력, 경제력, 자존심 등으로 분류한다. 국가안보는 국가의 생존에 관한 것이고, 권력과 경제력은 국가의 힘에 관한 것이며, 명예는 국가의 자존심에 관한 것이다. 모겐소 교수가 제시한 4
2018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미국을 마음껏 능멸했다. 김정은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핵 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북한의 문전에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는 또 북한은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의 평화와 안전을 지켜낼 것이며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데도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국가 핵 무력 완성으로 공화국은 되돌릴 수 없는 전쟁억제력을 보유하게 됐다”며 “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개월여 만에 미국을 방문했다. 반미주의자로 알려진 바와 달리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빨리 미국을 방문한 대통령의 기록을 세웠다. 11월 초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서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한·미 양국의 우의와 동맹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환대를 “Amazing Welcome(놀라운 환영)”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감동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중순, 중국을 국빈방문하고 돌아왔는데 중국에 가서는 역시 중국의 마음에 드는 말을 잔뜩 하고 돌아왔다. 많은 전문가들이 대한
지난 11월 29일 새벽 3시17분 북한은 75일간의 침묵을 깨고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경우 미국 전역을 사정범위에 둘 수 있는 사정거리 1만3000㎞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할 것(We will take care of it)”이라는 의미심장하고 단호한 언급을 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12월 초 예정된 한·미 공군 연습에 파견할 스텔스 전투기 F-35B를 두 배로 늘리고, 정보를 공유하는 핵심 동맹국들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영국
1950년대 초반 시작된 북한의 핵개발 역사가 이제 종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시점이다. 한국전쟁 기간 동안 미국의 핵폭탄 위협에 질겁했던, 아니 그것보다도 오히려 더 소련의 나몰라라는 식 오리발적 행동에 분노한 김일성은 한국전쟁이 끝나자마자 핵무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한국전쟁을 사주한 소련은 미국이 한국전쟁에 개입하자 오히려 책임회피에 급급했고 이에 좌절한 김일성은 ‘독자적 전쟁수행 능력’이 없는 나라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절절히 느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일성의 핵개발 노력은 실질적인 것이기보다는 허풍의 측면이 더 컸다. 그러나
냉전이 끝난 직후인 1990년 8월 2일 사담 후세인의 군대가 쿠웨이트에 진입, 단 몇 시간 만에 쿠웨이트를 점령한 사건이 일어났었다. 당시 미국의 부시 대통령(41대)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쿠웨이트 인근 국가들에 군사력을 집결시키기 시작했다. 1990년 8월 2일 이후 1991년 1월 16일까지 군사력을 집중하는 작전의 이름은 ‘사막의 방패작전(Operation Desert Shield)’이었다. 무려 35개국의 군대가 연합군에 가담했으며 연합군의 총 병력숫자는 95만6600명에 이르렀다. 미군만도 70만명에 이르는 대군이었다. 사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레드 라인’을 넘었고 미국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을 중지시킬 방법에 골몰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이 어느 때보다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이제 더 이상 북핵에 대해 인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보다 성격이 화급하기 때문에 북한 핵 문제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아니다. 오바마가 북핵에 대해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오바마 재임 시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아무 문제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한·미 관계가 북한의 핵도발로 야기된 한반도 위기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며 공고한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사드 배치라는 대단히 중요하기는 하지만 지엽적인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제정치적인 관점이 한·미 동맹을 더욱 강조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 자산처럼 유지,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느냐는 문제 때문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얼마나 애
2016년 새해 벽두부터 몹시 우울한 소식이 들려왔다. 북한이 1월 6일 아침 10시30분 4차 핵실험을 단행했는데, 그 핵실험은 “수소폭탄 실험”이며,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발표한 것이다. 북한은 한술 더 떠서 “그 수소폭탄은 100% 북한 기술로 이루어진 것”이며 “다른 나라로 기술이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동안 북한이 수소폭탄을 만들 기술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 그리고 1월 6일 실험한 폭탄은 그 파괴력으로 보아 수소폭탄이라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미국 언론은 북한의 4차
북한의 지뢰 도발로 인해 지난 8월 4일 국군 두 명이 다리를 절단당하는 중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야기된 지난 몇 주 동안의 남북한 긴장 상황은 한반도는 언제라도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사실을 다시 절감케 했다. 이번 위기로 대한민국이 얻은 교훈은 전쟁 불사의 각오로 버틸 경우 오히려 더 유리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역설적인 것이었다. 전쟁과 평화란 국가의 삶과 죽음에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상적·합리적 논리보다는 오히려 역설의 논리가 지배하는 영역이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지난 4월 27일 미국 과학자협회 찰스 퍼거슨 회장은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한 레스토랑에서 헨리 소콜스키 등 비확산 전문가와 관료, 의회 관계자 등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이 어떻게 핵무기를 배치하고 획득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비공개로 회람했다고 한다. 문화일보 5월 4일자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는 ‘한국은 NPT(핵확산금지조약) 지지 국가로 미국의 확장 억지력을 제공받고 있지만 국가안보가 중대한 위협에 직면하면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만약 한국이 핵폭탄을 만들겠다고 결심한다면 5년 이내에 수십 개의
북한이 4번째 핵실험으로 위협하고 있다. 심지어 4번째 핵실험을 자제할 터이니 연례적인 한·미 연합 훈련인 키리졸브(Key Resolve) 훈련을 중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이 가져올 파장은 무엇이고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이 심각한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현재 북한의 핵무기 발달 수준이 어느 정도에 도달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다. 그 사실은 3차에 걸친 핵실험으로 증명되었다. 2006년 북한 최초의 핵실험은 과연 폭발물이 핵폭탄이 맞는지를 의심해야 할 정도로 그 폭